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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7시 30분>

할머니, 작가 본인, 그리고 티비 속 드라마의 음성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한 ‘오후 7시 30분’은 할아버지의 죽음 이후 홀로 남겨진 할머니의 시간에 대한 고찰로부터 시작된 작업이다. 작가는 할아버지의 죽음보다 할머니의 남겨진 시간이 더 공포스러웠다고 말하며, 남겨진 것들에 대해 ‘애정과 헤아림’이라는 시각으로 몰두한다. 오후 7시 30분이라는 애매한 시각, 쉽게 그 결을 파악할 수 없는 시나리오. 현실과 드라마 사이에서 드러나는 작가만의 애정 어린 위로의 방식을 파악할 수 있다.
“ 오후 7시 30분.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잠들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 애매하고 조용한 이때. 시간은 때때로 그 속에서 아주 천천히, 흐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복잡한 가정사에 얽히고설킨 인물들. 삶의 고통에 슬퍼하며 분노한다. 현실과 드라마 사이에서 인물들은 서로의 특징을 파악하려고 한다. 사랑하면서도 복잡하게 얽힌 관계에 대해 그린다. ”



최유경

최유경 작가는 말이 옮겨가고 전해지는 상황에 집중한다. 타인과 대화를 하면서도 분명 이해되지 않는 지점이 발생한다. 드라마 속 배우들도 대본의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기보다 그들만의 필터를 거쳐 나름의 방식으로 연기할 것이다. 티비에서 나온 드라마는 할머니에게 들어가면서, 또 다시 작가에게 전달되면서 끊임없이 번역된다. 이런 과정은 무의식 속에서 이뤄지고, 의미의 변질은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작가는 직접적인 말로 오가는 의사소통, 그 외적인 이야기 전달 방식에 주목한다. 같은 말을 듣더라도 모두가 똑같이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받아들임이란 일부로 삐뚤게 받아들이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가 ‘너’가 될 수는 없다. 이에 의해 발생하는 불완전한 이해와 공감은 의도와 무관하게 번역되고 오역된다. 심지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