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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렇게 부끄러운 듯 도망치는 노을을 좇아 달렸다> 

“만나기만 하면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이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사람이 있다. 별 말을 하지 않아도 눈짓 한 번, 콧바람 한 숨에 세상이 환해지는 것처럼 웃음이 나고, 평소에는 하지 않는 헛소리에 배가 아프도록 깔갈댄다. 언제일지 모르는 다음을 기약할 때면 시원하고 섭섭한 마음에 괜시리 장난끼 가득한 한 마디를 던진다. 집에 가는 발걸음은 무겁고 마음은 가볍다. 지난 하루를 되내이며 참 좋구나 생각했다.”
<만나기만 하면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이 자연스럽게 흘러 나오는 사람이 있다>

“2월, 그날은 이상하게도 유난히 따뜻했다. 스쿠터 뒤에 앉아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꼬옥 잡은 잔뜩 긴장한 손에서 옷자락을 놓고, 처음으로 양 팔을 뻗어본 날이었다. 손바닥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마르며 시원한 바람이 두 손 가득 쥐어졌다. 뻗은 양 팔이 바람을 가르는 신기한 느낌이었다. 기분 좋은 바람은 내 몸을 감싸안고 지나갔고 시선 끝에 보이는 반짝이는 바다가 아름다웠다. 어느덧 해가 지고 노을이 일었다. 오묘한 연분홍색 하늘이 부끄러운 듯 나를 내려다보았고, 우리는 그런 노을을 향해 달렸다.”



최성지

바쁜 삶에 의해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코로나로 인해 예민해진 2020. 작가는 감정 변화의 무뎌짐을 실감하며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일상적인 순간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답을 내리며, 최성지 작가는 일상을 기억하고 여러 감정으로부터 느껴지는 공명을 담아내고 있다.